사람으로 위안을 얻다그 일을 겪고 난 후, 내가 피해자의 모습을 하는 게 싫었다. 다 잊어버리고 싶었다.데이트 폭행을 당한 약해빠진, 가녀린 피해자 프레임 안에 갇혀 있는 게 싫었다. 김영수를 사귀는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도 만나고, 술도 신나게 마시고, 매일같이 놀았다. 정말 매일같이 술을 마셨다. 술로 잊으려 했다.사람들과의 연결을 놓지 않았다. 혼자 있으면 그날 밤의 악몽이 떠올라서 혼자 있기 싫었다.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김영수 썰을 풀었다. 내게는 그저 가벼운 일인 것처럼 얘기했다.“삼 개월 사귀는 동안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역대급 쓰레기를 만났다.”이렇게 말했다.김영수는 내게 그저 술자리에서 웃고 떠들 이야기감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렇게 취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