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는 시즌이 찾아온다.
평소라면 무심히 넘겼을 말들이나, 타인의 시선이 이유 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그런 때. 신경이 곤두서서 주변의 시선에 민감해지고는 한다.
자꾸만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하는 의문이 든다.
내가 말을 너무 세게 하나? 내가 이렇게 얘기해도 되나?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친구와 밥을 먹다가 이런 고민을 털어놨다.
"난 귀가 너무 얇은 것 같아. 줏대가 없는 것 같아. 이런저런 말에 자꾸 휘둘려." 고민을 말하는 순간조차도 조심스러웠다.
맞은편에 있던 친구가 내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아 놓고 밥을 입에 넣으면서 툭 던지듯 말했다.
"귀 얇은 건 좋은 거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터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큰 위로가 됐다.
어이없고 황당한데, 웃기면서도 갑자기 마음 한편이 풀리는 게 참 신기했다.
단순한 말 한마디에 내가 이렇게까지 마음이 편안해질 줄이야.
그 말을 들은 뒤 ‘난 나대로 살아야겠다 스스로를 검열할 필요 없다 ‘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놀랍다.
아무렇지도 않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이제는 아무 때나 예민함이 나를 찾아와도 괜찮다. 걱정되지 않는다.
묻고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던 친구의 주문 같은 한마디가 있으니까.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프를 운동이라고 불러도 될까? (1) | 2024.12.03 |
---|---|
닉네임, 숨길 것과 드러낼 것 (0) | 2024.11.27 |
파워에이드 핑크 (0) | 2024.11.26 |
[블라인드]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0) | 2024.11.25 |
차별금지법 (0) | 2024.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