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와의 첫 만남은 호주에서 4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시작되었다. 그때 나는 과거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유학 시절 동안 살이 많이 쪘고, 그것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기 꺼렸다. 모든 걸 단절하고 다이어트에 집중하고 싶었다. 주변에게 입국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운동을 시작했다. 김영수는 운동하면서 만난 남자였다.
처음엔 단순한 동료였지만,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치다 보니 어느새 가까워졌다. 그는 처음에 다정하고 배려 깊은 사람이었다. 나를 ‘공주님’처럼 대하며 모든 걸 들어주고, 세심하게 챙겨주는 그의 모습에 나도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그때 내가 알아채지 못했던 신호들이 분명 있었다. 그의 다정함은 진정성이 아닌 소유욕에 기반을 둔 것이었고, 그의 말 속에는 미묘한 통제의 그림자가 숨어 있었다.
당시의 나는 오랜만의 한국생활에 정신이 팔려 그 미묘함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의 작은 행동들이 이후 큰 문제로 발전할 줄은 그때의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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