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jungto.org/pomnyun/view/82096
“몇 년 동안 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사는 건가요? 과학책을 보니까 우주는 무한히 크고, 우주가 생긴 지는 137억 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주에는 지구 같은 행성이 천억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티끌 같은 100년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되나 거지가 되나 어차피 죽을 텐데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아서 굉장히 허무합니다. 그런데 인생이 허무한 걸 알면서도 분노, 슬픔, 상실감 등 온갖 감정에 휘둘립니다. 어차피 죽어서 없어질 인생인데 왜 고통에 시달려야 하나요?”
“직설적으로 얘기해도 돼요? 아니면 부드럽게 얘기할까요?”
“그냥 대놓고 얘기해주십시오.”
“질문자는 지금 정신질환이에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해요.”
“지금 받고 있습니다.”
“그래요, 잘했어요. 치료받고 있다니 다행이에요. 병원에 가라고 하면 엄청나게 충격받을까 봐 조심스럽게 얘기했는데, 다행입니다.
질문자는 병원에 가서 꾸준히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약 복용을 중간에 끊으면 자기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자살할 위험이 매우 높아요. 스님의 눈에는 ‘아, 지금 같은 생각을 계속한다면 종착지는 죽는 것이겠구나’ 이렇게 딱 보입니다. 그러니 약을 꼭 먹어야 해요. 약을 먹으면 이런 생각은 하더라도 행동까지는 안 해요. 그런데 약을 끊으면 행동을 해버릴 위험이 있어요. 첫째, 치료를 받고 약을 꼭 먹어야 해요.
둘째, 질문자의 말이 맞아요. 이 우주는 무한히 넓고, 지구도 이 우주에서는 티끌 같은 존재예요. 하물며 지구에 있는 나 같은 존재는 말할 것도 없겠죠. 무한한 시간에 비하면 나의 100년이라는 것은 찰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찰나에 불과하고 티끌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죽을 가치도 없어요. ‘아, 그렇게 의미가 없다면 죽어야지’ 하지만 ‘죽어야지’ 할 가치도 없다니까요. 가만히 있어도 죽는데 무엇 때문에 미리 죽어요? 어차피 죽는데요. (모두 웃음)
‘굳이 죽을 가치도 없는 게 인생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죽을만한 이유도 없다.’
제 얘기의 요점은 이거예요.”
“예, 그래서 살고 있습니다.” (모두 박수)
“그래서 저절로 죽을 때까지 그냥 살면 돼요. 지금 죽으나 100년 후에 죽으나 우주의 시간에서 보면 찰나에 불과하니까요. 100년까지 꼭 살아야 할 이유도 없지만 지금 죽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꼭 살아야 할 이유도 없듯이 꼭 죽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니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할 아무런 이유도 없어요. 질문자가 이걸 제대로 깨달았으면 죽겠다는 생각도 안 하고, 화도 안 내고, 짜증도 안 낼 거예요. 인생은 짜증 낼 만한 가치가 없고, 괴로워할 만한 가치도 없으니까요. 죽어야 할 만한 가치도 없어요.
‘죽겠다’ 하는 말은 죽어야 할 만한 목적이 있으니까 죽는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인생은 죽어야 할 만한 가치도 없어요. 아무 가치도 없습니다. 그냥 나무 한 그루가 자라서 살다가 때가 되면 시드는 것과 똑같아요. ‘내가 이렇게 자라 봐야 누구 하나 봐주지도 않는데 살면 뭐하나’ 이러고 확 죽어버리는 나무 봤어요?” (모두 웃음)
“못 봤습니다.”
2019.10.14. 발우공양, 행복한 대화(7) 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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