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핑을 하다 보면 찬성 반대를 투표하는 글이나 특정한 상황에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고르는 글이 종종 있다.
보통은 요정이 나타나서 “안녕 나는 고르기 요정이야. 뭐뭐랑 솨솨중에 하나를 골라보렴. 물론 뒤로 가기는 없단다.”라고 한다. 그놈의 요정이 밸런스를 기가 막히게 맞춰놔서 뭐뭐를 골라도 솨솨를 골라도 후회스럽다.
만수르 발가락 빨고 십억 받기 이런 웃긴 선택지도 있는데 간혹 깊게 생각해 볼 만한 좋은 고르기 글도 있다.
꽤 오래전에 봤던 인상 깊었던 선택지가 있다.
사람에 관한 선택이었다. 함께 일을 한다거나, 내 곁에 둘 더 편한 사람을 고르는 거였던가? 직장동료 고르기였나 오래전에 본 글이라 기억이 모호하지만
1. 속으로는 나를 싫어하지만 겉으로는 티 내지 않고 잘해주는 사람(물론 나는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걸 모름)
2. 나를 싫어하고 그게 티 나는 사람
중에 선택하는 글이었다.
나는 당연히 2번을 골랐다. 당연하게 2번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1번을 선택했다.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결과였다.
1번이라고 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을까..?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는 걸 내가 알던 모르던 일단 겉과 속이 다른 불투명한 사람은 그냥 싫다. 차라리 2번처럼 속내가 보이는 사람이 더 편하고 좋다.
나도 사회생활 한다고 싫어하는 사람한테 가식 떨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마다 스스로 자괴감 든다. 좋은 감정이던 나쁜 감정이던 솔직하지 못한 행동을 사회생활이라고 포장하는 스스로가 싫다. 어쩌겠어 일자리는 필요하고 굶어 죽지 않으려면 직장 생활해야지 라며 합리화하는 지금 이 순간의 나도 싫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주변은 전부 2번 같은 사람들로 채우고 싶다. 기쁜지 슬픈지 싫은지 좋은지 화가 났는지 삐졌는지 배고픈지 뭐든 다 보이는 사람들로만. 나도 최대한 2번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솔직’한 감정이 중요하지 그냥 겉으로 보이는 감정은 껍데기이다. 사람의 속내는 당사자 말고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공감할 수 있다는 말도 어느 정도 추측하고 유추한다뿐이지 진짜 속마음은 당사자가 말해주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그래서 2번처럼 사는 것이 어렵고 용기 있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세상에 속을 백 프로 다 보여주는 사람이 있기는 있을까? 속내를 말해주면 그걸 약점 잡아 공격하려는 하이에나 같은 사람들이 득실득실한 현대사회가 사람들을 점점 가식적으로 만든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나댄다고 손가락질하는 세상이 사람들을 소라게처럼 단단한 껍질 안으로 숨어 들어가게 만든다.
이런 미친 세상 미친 대한민국에서 투명한 사람은 정말 귀한 사람이다. 본인이 투명한 사람이라는 자신 있다면 내게 다가오기를 바란다. 나는 그것이 부정적인 감정이어도 다 감싸 안아줄 자신 있으니까.
1번을 선택한 사람들의 의견도 이해는 갔다. 어차피 내가 모르니까 그냥 나한테 잘해주면 된다는 의견이었다. 사회생활이니까.
1번을 선택한 사람들을 전체적인 분위기를 중요시 여기는 듯했다.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서 분란을 일으키기보다는 불편함을 티 내지 않고 참아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화목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말했다. 이게 1번을 선택한 사람들의 배려방식인가 보다. 썩 마음에 드는 방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따듯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하나만 참으면 전체적으로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으니까.
희생마인드. 배워야 하는데. 앵그리걸인 나로서는 아직 이해하기 어렵고 배우려면 한참 멀었지만 나도 언젠가는 모두를 위해 나 하나의 감정 따위 숨기는 그런 날이 오리라 믿..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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