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주절

Dear.in Bae) 운동어쩌고저쩌고

불주먹 류니쓰 2024. 11. 14. 01:10

흠 안네도 그러고 라라진도 그러고 일기장에 대고 Dear Kitty 이러면서 애칭을 키티라고 불렀다. 뭔가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서 친구에게 편지 쓰듯이 일기를 쓰면 느낌이 다른가?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 졌다. 가상의 인물이라. 디얼 인배. 미안해요 인배씨 생각나는 사람이 인배씨 뿐이라. 누워서 블로그 보다가 벌떡 일어나는 거 아닌가 몰라. 제 덕에 복근 운동 했다면 개추 눌러주세요. 앞으로 제 블로그의 애칭은 인배로 정했습니다. 그건 내 마음입니다.

Dear. in Bae❣️

  
분명 엊그제까지 덥다고 반팔 입고 돌아다녔는데 추워서 후리스 꺼내 입는 나란 여자. 인배씨 2024년이 벌써 다 지나갔네요. 날 추워지니까 감기 조심하세요. 세월 참 빠르네요 올 초에 웅이물티슈 어쩌고 하던 인배씨가 기억이 납니다. 올 한 해는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취미로 하는 운동 비중이 제일 컸으니 운동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뭐 체육관 욕하는 게 90% 일듯 합니다.

인배씨 아시다시피 저는 도복 입는 운동을 합니다. 자세하게 말하면 신상이 털릴까 두려우니 디테일하게 설명하기 좀 그러네요. 이 바닥이 워낙 좁고 제 마스터라는 작자가 인맥은 넓지만 속이 워낙 좁아서, 제가 블로그에 본인 하는 말이 그분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앞으로 제 벨트 승급은 막힙니다. 실제로 이 바닥의 많은 관원들이 관장 눈밖에 나서 몇 년 동안이나 승급을 못 하는 일이 수두룩합니다. 내 돈 내고 운동하는데 아주 지랄이죠. 기가 막힌 놈들입니다. 그래서 이 판을 떠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자기들끼리 별 지랄 똥을 싸놓고 왜 이렇게 신입 관원들의 유입이 없냐고 한탄하는데 옆에서 보면 헛웃음만 납니다. 별 지랄은 지랄대로 해놓고 돈은 벌고 싶은가 봅니다. 참 한심하죠.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내가 선택한 스승이니 다 감내해야죠.
이렇게 욕하면서도 막상 얼굴 보면 안쓰럽고 귀엽고 그래요. 내일모레 사십인데 사춘기 중학생 같고 그러네요.
사람은 참 입체적입니다. 내 마음도 입체적입니다. 

저는 2024년에 벨트 승급을 했습니다. 원래 같으면 기뻐해야 하는데, 정말 기뻐야 하는데 사실 100만큼 기쁘지는 않았습니다. 시기가 많이 늦기도 했고 중간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거든요. 두 남자들 사이에서 휘둘렸달까요. 주고 싶지만 줄 수 없는 남자와 줄 수 있지만 주기 싫은 남자 랄까요. 둘 다 서로 입 다물고 있는 게 저는 보였는데. 저만 보였나요?
이 바닥 관장들 정말 소인배입니다. 가운데서 저만 반년정도 미친년처럼 울어재꼈는데 결국 승급했으니 그걸로 된 거죠. 앞으로 삼 년 동안은 때려치운다는 말 안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인배씨는 크로스핏 하고 무에타이 하세요. 킥복싱하고 복싱하세요. 도복운동 정말 비추합니다. 도복운동이 아니라 제가 몸 담그고 있는 이 운동 비추합니다. 추천하는데요 비추합니다. 인배씨 만약 이 판에 들어올 거라면 체육관 정말 신중하게 선택하셔야 합니다. 한 명의 참된 스승 만나자고 아홉 명의 똥을 만나야 합니다. 똥똥똥똥똥똥참똥똥똥. 저 참도 시간 지나면 똥 될 겁니다.
한번 시작하면 몇 년을 해야 하는데 긴 시간 동안 스트레스는 만땅입니다. 나는 운동만 할 건데?라는 생각으로 들어왔다가 벨트승급에서 멘탈 탈탈 털리는 사람들 여럿 봤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상처도 많이 받고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친구들한테 징징댔던 게 제일 미안하네요. 징징이 위로해 준다고 같이 여행도 가주는 평생친구를 얻었으니 꼭 마이너스는 아니네요. 
 
누군가 물어보더라고요 니가 하는 운동의 장점이 뭐냐고.
 
밤길이 안 무서워집니다. 인배씨도 여자로 태어나서 밤길에 뒤에 쫓아오는 낯선 남자 무서웠던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거 아니에요. 인배씨 남자 아니죠 여자 맞죠? 암튼 지금은 안 무섭습니다. 누가 뒤에서 덮치면 그냥 당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제압하는 방법을 배웠으니까요. 나를 지키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제압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생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위협적으로 다가오지만은 않아요. 밤길이 무섭지 않아요.
내 활동범위가 더 넓어지고 내 세상이 조금 더 넓어졌습니다. 그게 다예요. 그냥 내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진 거.
근데 남자들은 원래부터 누리던 세상이었고 나는 운동을 배운 뒤에나마, 이제야 누린다는 게 킹받는 부분이지만 지금이라도 넓어진 만큼 더자유롭게 돌아다닐 겁니다. 
 
두 번째 장점은 같은 운동하는 여자들과의 연대감입니다. 저는 여중여고를 나왔지만 동창들은 결혼을 하거나 집이 멀어서 교류가 별로 없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자주 만나지 못해서 자연스레 멀어졌습니다. 체육관에서 만난 같은 취미를 가진 다수의 성인 여성분들과의 교류는 정말 끈끈합니다. 하루하루가 감동적입니다. 하루아침에 친해진 것도 아니고 친구라고 부르기 어색한 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은 체육관 ‘관원‘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로 묶여있는 연대감이 이루 말할수없는 든든함을 안겨줍니다. 학창시절 동창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절친했던 직장 동료들과도 또 다른 느낌입니다. 운동이라는 공통관심사가 있어서 대화도 잘 통하고 만나면 즐겁고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합니다. 술이 아닌 건전한 취미생활에서 만난 사람들이라서 그런가 봐요. 그렇다고 술이 건전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고요. 술도 건전한데요 아니 술이 건전한 건 아니고요 않이,, 이슬이는 이슬이는...! 시붏알 이 마음을 설명하기가 참말로 어렵네요. 아무튼 체육관 친구들은 저랑 다르게 다들 정신력도 체력도 튼튼해서 하루하루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많은 걸 배워서 저는 너무 감사한테 그분들 의견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합니다. 저한테는 장점이고 그분들에게는 단점일 수도 있겠네요. 갑자기 숙연해지네요.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자아성찰의 시간이 되었네요.
 
세 번째 장점은 옷 살 일이 없어집니다. 평상시에는 운동만 하니까 치장하는 일이 적어서 옷이나 화장품 같은 충동구매가 줄어듭니다. 쓸데없이 꾸미는 일이 사라집니다. 맨날 운동복만 입어서 새로운 옷을 안 사게 됩니다. 그렇다고 코르셋을 벗는 건 아닙니다. 가끔 놀러 갈 때는 풀메하고 5단계로 꾸미고 나갑니다. 사실 제가 코덕이었거든요. 로드샵 브랜드 신상 화장품 다 쓸어오는 유명한 코덕이었던 저로써는 지창을 덜 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장점입니다. 근데 치장하는 비용을 줄여서 정신 못 차리고 도복을 구매합니다. 꾸미는데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낀다는 말이지 돈을 아낀다는 말은 아닙니다. 돈은 돈대로 나갑니다. 최근에는 스파이더 한정판 도복을 구매했습니다. 삼십만 원짜리. 가격을 쓰고 나니까 갑자기 단점으로 느껴지네요. 반성하겠습니다. 
 
정말 좋은 운동입니다. 정말 짜증 나고요. 애증 하는 운동입니다. 발목 인대 다 늘어나서 수술해야 할 수도 있는데 운동 못한다고 화나는 스스로가 미친 사람처럼 느껴지는 운동입니다. 중독성 장난 아닙니다.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말걸 후회스럽네요. 그냥 안 다치고 오래 하고 싶습니다. 운동만요. 근데 운동하다 보면 사람사이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하고 승급이나 체육관, 대회, 애기들, 회식, 뉴비, 여자관원, 급식들, 관장님, 정수기물때, 청소기먼지, 사물함썩은도복, 에어컨필터 이런저런 신경 쓸 일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옵니다. 제가 고인 물이 되어간다는 거겠죠? 모른 체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미 가족이니까요. 내 새끼들이라는 마음이 생기니까 이렇게 블로그에다 욕도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욕으로 시작해서 칭찬하다가 다시 욕하는 하여자같은 제 마음 인배씨는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요.
 
뭔가 인배씨한테 설명한다고 생각하면서 글을 쓰니까 재밌는데요? 라라진이 왜 일기장한테 디얼키뤼~ 이랬는지 좀 알 거 같기도 하네요. 종종 써먹어봐야겠네요. 가만히 있는 인배씨 머리채 잡고 비공개 블로그까지 끌고 온 점 사과드립니다만 인배씨는 어차피 여기 블로그 볼일 없고 본다 해도 가상의 내 친구 인배씨한테 쓰는 거라고 박박 우기면 될 일(팩트). 생각보다 재밌네요. 인배씨 덕분에 즐겁게 운동 썰 풀고 체육관 욕도 하고 스트레스가 좀 풀렸습니다. 베리감사합니다.
 
취미생활인 블로그 쓰기를 두 곳으로 나눴습니다. 생각 쓰기(글쓰기)와 주간일기 쓰기로. 주간일기 쓰는 계정은 기존의 네이버 블로그처럼 주간일기나 맛집리뷰 위주로 올리고 여기는 비공개로 그냥 이런저런 일기나 내 생각들을 풀어쓰려고 합니다. 원래 여기는 비공개로 쓰려고 했는데 지난번에 오톡방에 링크 한번 올려버려서 이사 갈까 고민 중이기는 합니다. 이건 뭐 조만간 다시 생각해 보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고 출근걸이라 자러 갑니다. 인배씨도 굿밤되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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