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전생체험 동영상을 틀어놓고 잠자리에 누워서 오십 번쯤 시도해 봤다. 맨날 침 질질 흘리면서 잠들다가 두 번인가 성공했다.
사실 꿈일 수도 있는데 인상 깊어서 안 잊히는 기억 두 가지가 있다.
한 번은 남자였다. 삼국통일시대쯤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스타일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의복을 입었다. 아내랑 어머니랑 셋이 살았는데 평소처럼 낮에 사냥 갔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누가 아내랑 어머니를 죽였다. 어머니는 방에 쓰러져있고 아내는 부엌에 쓰러져있었다. 누가 죽였는지 바로 알겠더라고. 말 타고 복수하러 갔다가 졸개들한테 칼 맞아 죽었다.
두 번째는 쫌 근현대였다. 비구니 스님이었다. 젊을 때 같은 스님들이랑 겨울에 꽁꽁 얼은 손 호 호 불어가면서 약과 반으로 갈라서 나눠먹던 게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연등행사 같은 거 할 때 마당에 등이 쫙 켜지는 장면이 너무 예뻐서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마지막 순간에는 사찰 한쪽에 있는 작은 방 안에 누워있었다. 어떤 젊은 청년이 나이 들어서 주름진 내 손을 본인의 두 손으로 꼭 감싸 쥐고 눈물을 뚝 뚝 뚝 흘리면서 슬퍼하고 있었다. 그 청년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하라’ 고 말하면서 웃는 얼굴로 숨을 거뒀다.
꿈인지 전생인지 애매하고 선명한 기억들이 간간히 생각날 때마다 다음생의 나는 이번생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하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 아름다웠던 순간을 인상 깊었던 순간 슬펐던 순간들을 꼽아보자면 딱히 기억나지 않는데 내 생의 나는 고를 수 있을까? 어떤 순간들을 선택할까 궁금하다.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별금지법 (0) | 2024.11.24 |
---|---|
아버지가 3kg짜리 소화기로 8살 아이를 때리려 했습니다. (0) | 2024.11.22 |
들불처럼 번지는 시국선언, 전국 60여개 대학으로 확산 (1) | 2024.11.20 |
친구들이랑 하고싶은 얘기 (5) | 2024.11.14 |
Dear.in Bae) 운동어쩌고저쩌고 (15) | 2024.11.14 |